임윤찬일곱 살부터 지금까지

임윤찬은 2004년 3월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났어요. 피아노는 일곱 살에 동네 상가 학원에서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11년 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어요. 인터뷰와 옛 영상, 그 영상에 달린 댓글, 그때 객석에 있던 사람들의 후기로 그 사이를 따라가 봤어요.

7살,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

2011년, 동네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열다섯 살 때 세계일보 인터뷰에서는 다른 애들이 학원에 가니까 자기도 별생각 없이 갔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시험을 봤어요. 앞 순서 아이들은 화려한 곡을 치며 페달까지 밟았는데, 임윤찬은 그때까지 페달을 밟아 본 적이 없었대요. 그런데 합격자는 임윤찬 혼자였어요.

어머니는 그날 메트로놈을 처음 봤다고 해요. 앞 순서 형이 귀에 대고 있던 기계를 보고 "찬아, 저 형은 귀에 무슨 기계를 대고 있다" 했대요. 교수님이 "일단 박자기부터 사라"고 해서 그 길로 메트로놈을 사러 갔어요.

들어가서는 기초가 너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본인은 그래도 마냥 좋았다고 해요.

9살, 팀파니와 환상즉흥곡

2013년, 시흥 서해초등학교 3학년 때 음악춘추 콩쿠르와 음악저널 콩쿠르에서 1위를 했어요. 같은 해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맡은 악기는 팀파니와 트라이앵글이었어요. 시흥 학생예능 발표회 영상에 그 모습이 남아 있어요.

영상: Fly me to the Music · 2013년 시흥 학생예능 발표회

아홉 살 때 친 쇼팽 〈환상즉흥곡〉 영상은 학교 아침방송으로 전교생에게 틀어 줬대요. 조회 시간에 피아노 반주도 했어요.

열 살에는 예브게니 키신 독주회에서 스크랴빈 소나타 2번을 듣고 스크랴빈에 빠졌어요. 처음 좋아하게 된 클래식 곡은 쇼팽 스케르초 2번이었다고 해요. 그래도 초등학생 때는 하루 연습이 3~4시간 정도였고, 동네 친구들과 축구, 야구를 하고 게임도 많이 했대요.

11살, 페달에 겨우 닿는 발

2015년 10월 3일, 초등학교 5학년 때 금호영재콘서트로 무대에 데뷔했어요. 다른 영재와 반씩 나눠 맡은 연주회였고, 임윤찬은 슈만의 〈아베크 변주곡〉 Op.1을 쳤어요. 피아노를 시작한 지 4년 만이었어요.

영상: 금호아트홀 · 2015년 10월

금호아트홀 유튜브에 7분짜리 영상이 남아 있어요. 댓글이 많이 달린 건 2022년 반 클라이번 우승 뒤였어요. 제목에 영문 이름이 없어서, 그전까지는 국내에서만 아는 영상이었어요.

댓글은 대부분 장면 이야기예요. 페달에 발이 겨우 닿아서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쳤어요. "애기 발에 구두 신겨 놓은 것" 같다는 댓글도 있어요. 연주가 끝나자 손수건을 챙겨 꾸벅 인사하고 휙 돌아서 들어가요. 지금도 무대에 손수건을 들고 나와서, "이때부터 손수건 잘 챙기네요"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13살, 지휘자와 악수하는 걸 잊고

2017년 예원학교에 들어갔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서 손민수 교수를 만났어요. 연습 시간은 하루 6~7시간으로 늘었어요.

그해 8월 24일 금호아트홀 연세 〈청소년을 위한 협연의 밤〉에서 바움 챔버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협연했어요. 영상 댓글을 보면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와 악수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터덜터덜 들어가요. 커튼콜에서는 어색한 듯 꾸벅꾸벅 인사하고 서둘러 걸어 들어갔어요.

영상: YunArt 연 예술기획 · 2017년 8월

14살, 첫 국제 콩쿠르

2018년 6월 미국 클리블랜드 청소년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상을 받았어요. 첫 국제 콩쿠르였고, 열 살 때 반한 스크랴빈 소나타 2번을 쳤어요.

한 달 뒤 7월에는 오벌린의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 3위와 관객상을 받았어요. 결선곡은 이번에도 쇼팽 협주곡 2번이었어요. 1년 전 금호아트홀에서 1악장을 쳤던 그 곡을 이번에는 세브란스홀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쳤어요.

15살 봄, 의자를 끌어당기며 친 라피협 2번

2019년 5월 유튜브 채널 Omnis Piano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어요. 예원학교 3학년 임윤찬과 부산예술중학교의 바이올린 친구가 한예종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피날레를 같이 치는 영상이에요. 채널은 설명란에 "한예종 영재가 노는 법"이라고 적었어요.

영상: Omnis Piano · 2019년 5월

헤드뱅잉을 하며 피아노를 일렉기타처럼 쳐요. 너무 파닥거리며 치는 바람에 의자가 자꾸 뒤로 밀리고, 0:27쯤 치는 도중에 의자를 끌어당겨 다시 앉아요. 마지막 음에서는 둘 다 공중으로 뛰어올라요.

조회수는 65만이 넘어요. 원래는 임윤찬인 줄 모르고 보던 영상이었는데, 반 클라이번 뒤에 "이게 임윤찬이었어?" 하는 댓글이 몰렸어요. 가장 많이 웃은 댓글은 이거예요. 라흐마니노프가 원래 악보에 셋째 박에서 피아노 의자를 당겨 앉으라고 적어 두었다는 영어 댓글이에요.

"TV에서 보던 모습이랑 갭 차이가 크다", "피아노 연습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말이 맞네요" 같은 댓글도 많아요. 좋아요 1천 개가 넘은 영어 댓글은 이렇게 부탁해요. 지금처럼 즐겁게 치는 모습 그대로 변하지 말아 달라고요.

같은 해 가을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먼저 시작해서 긴장이 풀리는데, 피아노가 먼저 시작하는 라피협 2번 같은 곡은 예외라고 했어요. 친구 옆에서 친 이 날의 2번은 전혀 긴장한 얼굴이 아니에요.

15살 가을, 윤이상 콩쿠르

2019년 10월 말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 19개국 154명이 나왔어요. 참가자는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중학교 3학년은 임윤찬 혼자였어요.

대회 중에 다른 참가자들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흔들렸대요. 그때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들으며 버텼다고 해요. 결선에서는 김대진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쳤어요.

최연소 우승이었어요. 관객상과 박성용영재특별상도 함께 받았어요. 관객상을 받고 단상에 앉아 있다가 우승자로 이름이 또 불리자 깜짝 놀라는 모습이 영상에 남아 있어요. 본인 소감은 이랬어요. "경험 삼아 출전했는데 덜컥 우승해서… 기분은 좋아요."

결선을 7번째 줄에서 들은 관객은 다음 날 아침 블로그에 이렇게 썼어요. 첫 음을 치자 공연장 대기가 달라졌고, 2악장에서 눈물이 쏟아졌고, 3악장이 끝나자마자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고요. 같은 글에는 걱정도 있어요. 그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포기하고 피아노에 몰입했을까 하는 걱정이에요. (원문)

그 글에 댓글을 단 다른 블로거는 연주할 때 표정에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시크한 스타일이라고 했어요. 반년 전 의자를 끌어당기던 그 아이와 같은 사람이에요.

다음 날 입상자 콘서트에서 2부는 우승자 몫이었어요. 결선곡 베토벤 3번을 한 번 더 쳤고, 앙코르를 두 번 했어요. 두 번째 앙코르 때 무대에 나오자마자 곧장 피아노에 앉는 바람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는 후기가 있어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귀여워하는 게 보였대요.

딸기 요거트와 무한도전

콩쿠르 직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열다섯 살 임윤찬은 커피 대신 딸기 요거트를 마셨어요. 무한도전 재방송을 즐겨 보고, 유재하와 김현식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요즘은 어지간한 곡은 3일이면 외워져요." 손도 커져서 큰 곡을 전보다 쉽게 치게 됐다는 말도 했어요. 독주는 외로운데 협주는 오케스트라가 옆에 있어서 긴장이 안 된다고도 했어요. 닮고 싶은 연주자로는 손민수 교수, 호로비츠, 트리포노프, 러셀 셔먼을 꼽았어요.

11월 11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열었고,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같은 달 KBS 라디오에서는 쇼팽 에튀드 Op.25-1을 고른 이유를 이야기했어요. 거위가 세상의 문을 열고 나와 첫날 밤 초승달을 보며 꿈을 떠올리는 모습이 그려진대요. "피아니스트에 인생의 도박을 걸고 연습하는 제 모습 같아서"라고 했어요.

그해 겨울에는 예술고등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어요. 본인이 내린 결정이었어요.

예원 담임 선생님이 본 임윤찬

예원학교 담임 선생님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아이였다고 기억해요. 친구들끼리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화 콩쿠르에서 안 됐으니까 이화 콩쿠르는 안 나간다"였대요.

롯데콘서트홀 예원 연주회에서 협연을 마치고는 앞, 뒤, 옆 모든 방향으로 인사했어요. 반 클라이번 2차 전에 보낸 응원 문자에는 선생님 응원이 있어서 해낼 수 있다고 답장이 왔대요.

열다섯 살이 꿈꾼 독주회

2020년 2월 월간객석 인터뷰에서 해 보고 싶은 독주회를 물었더니, 1부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2부는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Op.39 전곡이라고 답했어요.

2년 뒤인 2022년 6월, 열여덟 살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어요. 결선곡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지휘는 마린 알솝이었어요. 윤이상 콩쿠르 때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듣던 곡이에요. 그 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음반으로 냈어요.

이번 주에는 알솝,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인천과 서울에서 닷새 연속 라흐마니노프 3번을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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