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세입자수십억 원 바이올린, 연주자는 빌려 써요
무대 위 바이올리니스트가 들고 있는 악기는 본인 것이 아닐 때가 많아요. 좋은 옛 악기는 수십억 원이 넘어서, 이름난 연주자도 기업이나 재단에서 빌려 써요. 조선일보는 이런 연주자들을 「악기 세입자」라고 불렀어요. 악기 값이 얼마인지, 누가 빌려주는지, 비싼 만큼 소리도 다른지 기사와 논문을 모아 정리했어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얼마일까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악기는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이디 블런트」예요. 2011년 런던 경매에서 1,590만 달러에 팔렸어요. 조선일보는 우리 돈 약 219억 원이라고 썼어요(조선일보, 2024년 7월 16일 · NPR, 2025년 2월 8일).
최근에는 2025년 2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1714년산 「요아힘-마」가 나왔어요.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수십 년 동안 연주한 악기예요. 소더비가 예상한 낙찰가는 1,200만~1,800만 달러였는데, 800만 달러에서 시작한 호가가 1,000만 달러에서 멈췄어요. 수수료를 더한 최종가는 1,125만 달러였고, 기록은 깨지 못했어요. 판매 대금은 악기를 기증받았던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장학금으로 쓰여요(NPR).
바이올린 제작의 '황금기'로 불리는 1700~1725년에 만든 악기는 찾는 사람에 비해 남은 수가 턱없이 적어요(조선일보).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꼽히는 과르네리 델 제수는 전 세계에 150대쯤 남아 있어서 더 귀해요(한겨레, 2023년 6월 20일).
악기에도 이름이 있어요
「레이디 블런트」, 「요아힘-마」처럼 명악기에는 별명이 붙어요. 예전 주인이나 그 악기를 연주한 사람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아요(조선일보). 요아힘-마는 요아힘이 연주했고, 1967년 바이올리니스트 마시혼(Si-Hon Ma)이 사들여서 이 이름이 됐어요(NPR).
그래서 공연 프로그램북에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스트라우스'」 같은 표기를 볼 수 있어요. 앞의 '엑스(ex)'는 '예전에 누구의 것이었던'이라는 뜻이에요.
클라라 주미 강의 악기 이력
클라라 주미 강은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와 센다이 콩쿠르에서 함께 우승한 연주자예요. 그런 그도 수십억 원짜리 악기는 살 엄두를 못 낸다고 조선일보는 썼어요. 그가 거쳐 온 악기를 순서대로 적으면 이래요.
- 금호문화재단에서 빌린 과다니니. 이 악기로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했어요.
- 우승 뒤 4년 동안, 이 콩쿠르를 만든 바이올리니스트 조셉 깅골드가 쓰던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 2015년부터 7년 동안, 삼성문화재단의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스트라우스'.
- 2023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기아에서 무상으로 빌린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튀니'.
그는 예전에 쓰던 1708년산이 진주처럼 반짝였다면, 지금의 1702년산은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남성적인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어요(조선일보).
그가 내려놓은 1708년산은 2023년에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에게 넘어갔어요(한겨레).

한국의 악기 은행 두 곳
국내에서는 금호문화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가진 악기를 젊은 연주자에게 빌려줘요.
금호악기은행은 1993년에 시작했어요. 1774년 토리노에서 만든 과다니니를 처음 샀고, 지금은 바이올린 8대와 첼로 1대, 모두 9대를 가지고 있어요. 금호영재·영아티스트·영체임버 출신 연주자를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열어 빌려줄 사람을 정해요. 지금까지 40명이 이 악기를 썼어요(한국메세나협회, 2025년 2월 26일).
삼성 뮤직 펠로우십은 1997년에 시작했어요. 현악기 7대를 가지고 있고, 전문가 추천과 검증을 거쳐 연주자를 정해요. 한 사람이 최대 5년까지 쓸 수 있고, 악기 보험료와 관리비도 재단이 전부 내요(한국메세나협회 · 한겨레).
2023년 한겨레 기사에 나온 삼성 악기의 주인들은 이래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1725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박수예는 1753년산 과다니니, 비올리스트 이해수는 1590년산 가스파로 다 살로, 첼리스트 한재민은 1697년산 조반니 그란치노, 노부스 콰르텟의 첼리스트 이원해는 1715년산 마테오 고프릴러 첼로를 받았어요. 이해수의 비올라는 1590년, 셰익스피어가 런던에서 막 이름을 알리던 무렵에 만들어졌어요.
악기를 바꾸고 콩쿠르 성적이 바뀐 사람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국산 바이올린을 쓰다가 2014년 금호문화재단에서 1794년산 과다니니 '크레모나'를 빌렸어요. 그해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고, 이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어요(한겨레).
같은 '크레모나'를 거쳐 간 이름도 많아요. 고(故) 권혁주는 이 악기로 2004년 칼 닐센 콩쿠르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했고, 최예은은 2006년 몬트리올 콩쿠르 2위, 김봄소리는 2013년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했어요(한겨레). 한겨레는 이걸 "우연인지 몰라도"라는 말과 함께 적었어요.
눈을 가리면 구별할까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실험이 있어요. 이름난 솔리스트 10명이 옛 이탈리아 바이올린 6대(그중 5대가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새 바이올린 6대를 눈을 가린 채 연주했어요. 처음엔 연습실에서, 다음엔 300석 홀에서요.
가장 많이 고른 악기는 새 바이올린 한 대였고, 가장 덜 고른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우스였어요. 다음 투어에 들고 갈 악기를 하나 고르라고 하자 6명은 새 악기를, 4명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골랐어요. 연주자들은 자기가 고른 악기가 옛것인지 새것인지 우연 이상으로 맞히지 못했어요(PNAS).
그렇다고 연주자들이 옛 악기를 놓지는 않아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은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노래를 부르고, 과르네리는 말을 한다"고 했고, 정경화는 두 악기를 고고한 귀족과 솔직한 농부에 빗댔어요. 레핀은 결국 악기는 연주하는 사람에게 달렸다고도 했어요(한겨레).
피아니스트는 빈손으로 와요
피아노는 들고 다니기 어려워서 피아니스트는 보통 공연장이 가진 피아노를 써요. 큰 홀에서 흔히 보는 스타인웨이 D-274는 길이가 274cm이고 무게는 480kg쯤 돼요(파주시 뉴스포털, 2021년 9월 29일).
같은 기사에 따르면 중간 크기 홀용인 C 모델이 2021년 시중가로 약 2억 2,700만 원이었고, 콘서트홀용 스타인웨이는 최소 2억 원대예요.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는 훨씬 싸지만, 피아니스트는 자기 악기 없이 공연장마다 다른 피아노로 연주해야 해요. 리허설에서 처음 만나는 피아노도 있어요.
공연장에서 이렇게 들어 보세요
다음에 협주곡이나 리사이틀을 보러 가면 프로그램북의 연주자 소개 끝부분을 읽어 보세요. "○○재단의 후원으로 ○○년산 ○○를 연주한다" 같은 문장이 있을 때가 많아요. 몇 년에 누가 만든 악기인지, 예전 주인이 누구였는지 알고 들으면 그 악기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게 돼요.
금호문화재단은 「금호악기 시리즈」,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 「뮤직 펠로우십 시리즈」와 사운즈S 공연에서 이 악기들 소리를 들려줘요(한국메세나협회).
출처
- NPR, “A Stradivarius violin sells for $11.3 million at auction, falling short of record”, 2025.2.8
- 조선일보, 「인기 바이올리니스트도 ‘악기 세입자’」, 2024.7.16
- 한겨레,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연주하면 콩쿠르 우승?」, 2023.6.20
- 반론보도닷컴 (한국메세나협회), 「“악기 걱정 없이 연주에 전념하도록”… 금호문화재단·삼성문화재단」, 2025.2.26
- PNAS, “Soloist evaluations of six Old Italian and six new violins”, 2014
- 파주시 뉴스포털, 「파주에는 ‘피아노의 황제’가 있다」, 2021.9.29
2026년 11월 8일에 읽은 기사와 논문 기준이에요. 원화 금액은 기사에 나온 값만 적었고, 따로 환산하지 않았어요. 악기를 누가 쓰는지는 기사가 나온 때 기준이라 지금은 바뀌었을 수 있어요. 금호악기은행 보유 대수는 2023년 한겨레 기사(바이올린 8대, 첼로 1대, 피아노 1대)와 2025년 한국메세나협회 글(바이올린 8대, 첼로 1대)이 달라서, 최근 자료를 따랐어요.